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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지그문트 바우만 / 동녘

나이를 많이 먹지는 않았으나

먹어갈수록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많아지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나의 오해였거나 구조적 문제에 의해 주입받은 것이란 걸 깨닫게되면

가슴이 허 해진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늘 배우고 늘 경계하며 살라하셨나보다.

실제로 그걸 실천하는 진짜 어른은 몇 안되지만.

 

 읽은지 꽤 된 책인데

친구덕에 다시 생각나서 펼쳐본 책에, 접어둔 페이지 한 쪽

 

 

 

원제는, "Does the Richeness of the Few Benefit Us All?"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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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그녀들 - 전지현과 김혜수

우리는 가끔 잊고 살지만,

다른 사람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꽤 긴 시간을 들여 그 사람의 삶의 궤적을 지켜봐야 한다.

그래야만, 그 사람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별그대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전지현이 그 예가 아닐까.

엽기적인 그녀 이후로, 이미지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안일한 배우라는 세간의 악평에도 불구하고

요즘 그녀는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연기로 각광받고 있다.

 

카멜레온 같은 배우도, '그 연기라면 그 배우지!'하는 배우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물론 전지현은 '아직까지는' 후자다.

전지현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갈지, 그녀의 팬으로서 궁금한 요즘이다.

 

 

NO. 01  씨네21, 김성훈, 2012.7.25.

 

해피엔딩은 나의 것

 

 

 

사진: 씨네21, 오계옥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씨네21>(408호 ‘전지현에 대한 3가지 보고서’ 기획기사 중)은 전지현에게 “10년 뒤면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적 있다. 그때 그의 대답이 궁금하지 않은가. “물론 여자니까, 결혼을 했을 것 같고. 연기를 계속 하고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해외로) 많이 나가고 싶다.” 놀랍게도 세 가지 예상 모두 적중했다. 얼마 전 결혼을 했고, <도둑들>을 찍었고 현재 류승완 감독의 신작 <베를린>도 찍고 있다. 그리고 <블러드>(2007), <설화와 비밀의 부채>(2010) 등 해외 프로젝트도 몇편 경험했다. 그러나 이 얘기를 들은 전지현은 새삼스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 맞았네.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너무 어렸을 때라. 그런 예상을 했다니 신기하다.”


(중략)

 

  인터뷰가 거의 끝날 때쯤 궁금해졌다. 전지현이 상상하는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물어봤지만 이번에는 그의 대답을 안 옮겨도 될 것 같다. 지금부터는 좀더 자주 그의 얼굴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어릴 때부터 목표가 있었다. 오랫동안 연기를 하는 것. 사람들은 너무 한 가지 이미지만 구축하는 게 아니냐, 이미 배우로서 바닥이 난 게 아니냐고들 하는데 아직 시간이 많다. 어쨌거나 지금은 30대의 전지현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30대 전지현의 배우 인생은 이제 막 출발했다.

 

 

 

NO. 02 씨네21, 백은하, 2003.6.26.

 

전지현에 대한 3가지 보고서

 

 

 

 사진 : 기사 중
 

 

10. 10년 뒤쯤이면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요?

 

  물론 여자니까, 결혼을 했을 것 같고. (웃음) 어릴 때부터 일찍 결혼한다고 늘 말해왔는데 아마 일을 일찍 시작해서 그런 것 같아요. 늘 활동적이고 바쁘니까, 집에만 있고 싶다는 생각이 어린 마음에 들었나봐요. 그런데 요즘엔 연기라는 게 색다르게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10년 뒤에도 계속 연기하고 있을 것 같아요. 음… 그리고 많이 나가고 싶어요. <엽기적인 그녀>라는 영화 하나로 많은 나라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고, 그 사람들에게도 공감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그것이 가능하단 생각이, 아니 가능했다는 사실이 기뻤거든요. 되게 뿌듯하기도 했어요. 사실 ‘세계 진출’ 그런 원대한 꿈은 아니구요. 어차피 시작도 내가 좋아하는 시나리오 골라, 영화 찍어서 많은 나라 사람들에게 알렸듯이, 앞으로도 재밌는 시나리오 골라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어요. 한국영화가 한국 안에서만 보여지는 것이 아닌 상황이고, 내년이 아니라 10년 뒤니까. (웃음) 최근 몇년은 매일매일 일할 때마다 너무 즐겁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기사 오류인듯. 2003년이면 아마도 4인용 식탁?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19622)을 끝내고 나니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감이 생겼나봐요. 이제는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은 우선 저에게는 ‘좋은 영화’예요. 다시 <엽기적인 그녀> 같은 영화를 해도, 공포영화라도 상관없구요. 사실 장르가 ‘멜로’인 영화는 많이 해봤지만 ‘멜로다운 멜로’를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제 정말 좋은 멜로영화 한편 해보고 싶기도 해요. (웃음)

 

 

 

덧붙이고 싶은 기사 하나.

김혜수 인터뷰 기사다. 1번 기사와는 '도둑들' 후 인터뷰라는 점에서 연결된 기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 알겠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들의 공통점을. 

 

 

억지로 자기 자신을 다르게 보이려 노력하지 않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잘'한다.

그리고 꿋꿋하다.

(아역 김혜수가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을 할때, 모델 전지현이 배우를 하겠다고 했을 때 그들에게 던져진 우려를 꿋꿋하게 뛰어넘었다.)

 

 

 

 

NO. 03 씨네21, 이화정, 2012.7.25.

 

물러서서 조종한다

 

 

 

 

사진: 씨네21, 오계옥

 

 “기본적으로 이 인터뷰가 <타짜>의 정 마담과 <도둑들>의 팹시에 대한 비교가 아니면 좋겠다.” 아마도 <도둑들>의 합류를 결정하고 가장 많이 들었을 질문. 김혜수는 그 비교를 일단 내려놓자고 제안한다. “흔히 말하는 이전 캐릭터를 뛰어넘는다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 좋은 건 좋은 것대로 보존돼야지, 만날 자기를 뛰어넘고 싶지도 않고.” 

 

  열심히 올인한 과정이 이제 끝났고 김혜수의 만족은 여기까지다. “연기를 잘했냐, 흥행이 되느냐는 이후의 문제다. 일단 시작하면 하는 거고 연기하고 녹음하면 끝이다. 영화가 좋다고 더 악으로 깡으로 하는 건 아니다. 다 열심히 하는 거다. 그게 내가 하는 일이다. 난 모든 영화를 그렇게 한다. 이후에도 그럴 거고. 그다음은 모른다.” <도둑들>의 바쁜 배우들과 달리 김혜수는 아직 차기작이 없는 ‘한가한’ 상태다. “내가 좀 띄엄띄엄이지. 일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는 주의다. 돈이 필요해도 마음이 안 가면 안 한다. 그런 건 예전에 많이 했고, 이젠 그런 거 못한다. (웃음) 개인적으로나 일적으로나 원하는 걸 하고 싶은 순간,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것, 그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난 그렇게 하고 있다. 어쨌든 여자다, 여배우다, 주인공이다, 조연이다 이런 걸 떠나 최소한 아직까지 캐릭터로 영화에 접근하고 있다는 건, 내가 정말 운이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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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놀이, 조정래 / 해냄

우리나라는 사상을 정립할 시간적, 물질적 여유도 없이
삶이 사상을 지배해버린 것 같다.
신씨 일가가 '빨갱이 사상에 물든' 배가와 대척점에 설 수 밖에 없었던 것도
피바람이 불때 한쪽은 지주였고 한쪽은 대장장이였기 때문에,
신분이 사상을 대변해버려 그들에게는 자기 사상이 무엇인지 주장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사람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외양으로만 판단할 수 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보면 사상이란 것이 참으로 부질없기도 하고-
그리고 그렇게 행해진 심판은(누군가는 죽이고, 누군가는 죽임을 당하고)

집안의 비극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오늘날에 이른 것이 아닐지.


결국, 자기 사상에 대한 처절한 검열없이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신분에의 굴레에 속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가족의 역사를 되짚어보다보면 그 사람의 역사가 보인다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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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하타사와 세이고 & 구도 치나쓰 / 다른

 

 

내용보다도 내 마음을 울렸던 것은

책 앞에 써있던 작가의 말이었다.

 

 

 

 

 

이 리뷰는 무척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게 될 것이다.

 

 

학창시절 친구들로부터 작든 크든 상처 받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단체 생활이란 그런 것이고 서로 뾰족뾰족 돋아있는 가시들을 교실이란 터무니 없이 작은 공간에서

40여명이 부벼대며 서로에게 생채기를 주는 일이 공부 이외에 우리가 교실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으니까.

 

 

한 아이에게 밉보였다는 이유로 복도를 지나다닐 때마다 이유없는 욕을 듣고 어깨를 세게 부딪침을 당해 넘어지기도 하고

처음보는 선배들에게 불려가 뺨을 맞기도 했던 것이 나의 중학생 시절이었다.

하루하루 겪어내는 마음의 고통은, 어른이 된 지금도 선명히 기억날만큼 크고 묵직했다.

공부 외에는 탈출구가 없었다.

비평준화 지역에서 소위 명문고라 불리는 학교에 가지 않으면 저 아이들 중 누군가와 같은 학교를 가야할텐데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새벽 2~3시까지 공부를 했고 악착같이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자기방어였다.

 

 

어느 무더웠던 여름 날, 사물함에 들어있던 내 물건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책까지 잃어버렸던 그 날 집에 오던 길에 나는 차도에 '걸어들어갔다.'

운전하던 아저씨는 나에게 욕을 퍼부었고 집에 돌아와서도 멍한 상태.

엄마는 나를 붙잡고 울며 '미안해했다'

그 아이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정중히' 지도를 부탁한 우리 엄마는 오히려 상대 부모에게 모욕을 당했다.

그때서야 정신이 들었던 것 같다.

저 뻔뻔한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내가 사라진다면 상처받는 것은 결국 우리 부모뿐이구나.

저들은 반성하지 않는구나.

그래서 견뎌야겠다고 결심했다. 남은 시간 더 꿋꿋이 보내주리라.

그래서 너희는 꿈도 못꾸는 그런 학교에 내가 입학하리라.

너희와는 수준이 다른 사람이 되리라.

 

 

지금 생각해보면 좀 우습다 싶다가도 그땐 정말 그랬지 싶어서 과거의 내 자신이 불쌍하다.

행복하고 기쁜 일에 꺄르르 거리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난 아파하고 울고 고통받느라 즐기지 못했다는 게.

그렇지만 지금의 내 자신이 기특하다.

난 버텼고 열심히 살았고 좋은 직업을 얻어 잘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버텼기에

성인이 된 후 반창회랍시고 모였던 어느 겨울 날.

그 아이의 사과를 받을 수 있었다.

그땐 내가 왜그랬는지 모르겠어. 미안해..

라던 사과.

내 분노는 완전히 녹아 없어지지 않았지만, 선생님이 시켜서 혹은 부모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사과가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사과.

그 사과를 나는 받았다.

버티지 않았다면 이 사과도 못받고 상처만 받은채로 난 억울하게 눈을 감았겠지만.

지금 무척이나 아픈 그대들에겐 '그깟 사과가 뭔데?'라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난 이 사과를 너희가 꼭 받았으면 좋겠어"

 

 

 

자신이 저지르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절대로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바꿔말하면,

따돌리는 행위를 하는 아이들은 그 일에 대한 죄책감이나 의식이 없기때문에 그런 짓을 하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죽음으로 앙갚음을 하는 일이 효과가 있을까?

절대 아니다.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으며 '아 내가 그때 무슨 짓을 한거야'하고 생각한 이후에야

'죄책감'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시절 내가 스무번은 읽었던 책을 하나 추천하고 싶다.

이 책 제목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상처받은 아이들아.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오히라 미쓰요, 북하우스)

 

 

 

이 책의 저자도 이지메로 자살까지 기도할만큼 힘들었고

인생의 밑바닥이라 할 수 있을만한 일을 거쳐

수없이 자신을 자학하고 괴롭히다가

결국엔 자신을 믿어주는 한 사람 때문에 그 사람의 믿음에 다시 일어서서 제 인생을 살게 되었어.

'한 사람'

한 사람이면 족하다. 나에겐 엄마가 그랬지.

나에겐 그런 한 사람이 없다며 슬퍼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오히려 그 한 사람 얻어보기 위해 인생 살아볼만 하지 않겠니?

우리 그 '한 사람'을 얻기 위해 오늘 하루만 더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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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지옥(紙屋), 윤성현 / 바다봄

 

 

"Video kill the radio star"

정말일까?

 

 

내가 라디오를 듣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2학년 무렵이었다.

아빠가 친구의 부탁을 거절못해 사오셨던 워크맨이 나의 첫 라디오였다.

그땐 가끔 운이 좋게 주파수가 잡히면 듣는 정도였지만

본격적으로 듣게 된 건 중학교때부터였던 것 같다.

 

 

공부란걸 한답시고 밤늦게까지 책상에 앉아서

책상 바로 옆에 놓여있던 낮은 책꽂이 위의 라디오를 듣고있자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소녀 감수성으로 음악과 사연을 들으며 혼자 훌쩍이기도, 보고싶은 사람들을 생각하기도 했다.

어릴 때 같은 동네를 살았던 매일 날 괴롭혔던 그 남자애부터, 보고싶은 선생님, 옆집살던 언니까지.

'보내지 못할 편지'를 써보기도 하고 짝사랑하던 남자애를 생각하며 일기도 쓰곤 했다.

 

 

 

 

지금까지도 내가 라디오를 좋아하는건,

라디오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설레는 건-

그때의 그런 소소한 추억들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전화하기도 애매하던 그 시간에 내 친구가 되어주던 수 많은 사람들의 사연, 음악들.

그게 하나하나 나에게 소중한 기억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비디오 세대가 도래하면 라디오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지만,

나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보여주기에 너무나 심취한 이 시대, 그래서 모든 것을 자막으로만 대체하려고 하는 이 시대에

라디오는 분명히 달콤한 목소리로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이다.

아주 오래도록 많은 이들을 매료시킨 그 달콤함으로 ...

 

 

   

 

 


 

 

 

 https://youtu.be/Dr4O0H_68Nc

 

내가 윤상님 곡들 중에서 참 좋아하는 곡.

GMF 늦은 밤 이 곡을 부르시던 윤상님 정말 멋졌다.

 

 

 

마지막으로,

윤이모! 희열님 음악작업좀 빨리 끝내고 또 뭉치자고 해줘요

보고싶어 현기증난단말예요

 

 

희열옹을 향한 펜레타를 붙이는 까닭 :

혹시라도 라디오천국 검색하다가 내 블로그에 들어와서 이걸 보고 닭살돋으라고...

스아실 .. 얼른 돌아오라는 구애작전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그는 옳다. 그는 깊은 목소리로 우리를 울리기도 다독이기도 했고 방정맞은 목소리로 우릴 웃겨주기도 했다. 고로 그는 늘 옳다.

스물하나 첫사랑을 군대에 대여해준 그 날 울리지않는 전화기를 붙잡고 참 많이도 울었다. 그 해 겨울은 쉽게 어둠이 찾아왔고 참 많이 추웠다. 그럼에도 그 해를 또렷이 기억하는 것은 라천을 만난 시간이기 때문이다.

스물 셋 원치않게 시작한 시험공부는 날 무기력하게 했다. 힘들게 살아오신 부모님의 간곡한 부탁은 거절하기 힘들었다. 해보자 그래 해보자 하고 시작한 공부는 날 외롭게 했다. 누우면 꽉차는 작은 고시원, 창문이 없어 늘 어둡던 그 방에서 나는 조금씩 자주 울었다.입밖에 내기힘들던 그 말을 부모님께 하고 공부를 그만두던 날 난 하늘을 날듯이 기뻤다. 그러나 그 해 겨울 나는 첫사랑에게 이별을 고했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를 알지못해 많이 혼란스럽던 2011년의 봄이 지나고 열심히 취업을 준비했으나 모두 탈락. 헛헛한 마음을 달래고 싶던 욕구였을까. 난 첫사랑에게 연락을 해 다시 만나자고 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는 이야기. 밤은 어두운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었던 어린시절 그 막막하던 때처럼 난 조용히 울었다.

그 시간을 견디게 한 것은 분명히
유희열, 당신과 라디오천국이었음을.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거라고 외치는 친구하나. 그 친구와 만나게 해준 것도 친구 필통에 자그맣게 적혀있던 ATM이었음을.
그 친구와 함께 이 시간들을 견뎌내고 있음을.


고마워요 라디오천국. 앞에 놓인 시간들 아껴쓰고 귀히쓰는 제가 될거예요.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열심히 시간을 달려봐요. 
 
- 성남에서 있었던, 라디오천국 '첫' 공개방송 Thank you(2011.10.27)에 다녀온 후 적었던 팬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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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김희경 / 푸른숲

 

 

취미는 과거곰씹기요 특기는 곰곰이 생각하기인 나는

늘 후회와 반성의 갈림길에서 위험한 외줄타기를 한다.

그 결과가 끝이없어보이는 나락이기도, 또 더 먼길을 가기위한 동력이 되기도 한다.

 

고민을 멈출 수 없다면

적어도 나는 내 앞길에 놓인 것들을 과거에 얽매여 놓치는 바보는 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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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좋아 달라도 좋아, 선현경 / 웅진지식하우스

 

  적정 시기가 되면 해야 할 적당한 일들이 있다고 어른들은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도 이제 그런 말을 내 딸아이에게 해주어도 좋을 그만한 어른이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적정 시기란 건 없는 것 같아서 그 이야기를 딸아이에게 해줄 수가 없다.

 말을 늦게 배운다고 말을 하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라는 건 아니다.

 오줌을 늦게 가린다고 바지에 오줌을 싸는 어른으로 자라지도 않는다.

 다 자기만의 시간으로 세상을 배우고, 또 자기만의 세계를 살아가는 것이다.

 남들과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고 남들처럼 시기를 놓쳤다고 아쉬워할 일은 세상에 없지 않을까?

 거미만의 세계가 있으면 나만의 세계도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나만의 세계가 남들과는 달라 조금 늦게 어른이 되고 조금 더 늦게 철이 든다면 그만큼 남들보다 더 긴 젊음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제나 '적정한 선'을 지키려고 살아온 나의 삶에서, '적정한 속도'와 '적정한 시기'는 그다지 무겁지 않은 숙제였다.

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불안감에 휩싸였을 때

이전까지는 딱히 뛰어넘을만한 장벽이 없었기 때문에 '적정'의 무게를 가벼이 여겼음을 깨달았다.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스스로가 계획한 바를 이루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닐까.

나로선 무척 어렵지만.

 

 

아끼는 밴드 페퍼톤스가 예쁜 곡을 내놓았다.

책과 어울리는 듯하여 소개-

 

 

 

 

서두르지 않기를
흔들리고 물들지 않기를
언제나 너의 그 말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아직까지 그대로 불안하고 모자란 나지만
가끔 기댈 수 있는 추억 그게 참 고마워

복잡한 세상에 지치고 무뎌져 어지러워하는 우리들
설레고 벅차던 처음의 한 걸음은 조금씩 더 멀어져 가는데

함께 할 수 있기를 햇살이 비추기를
소리내어 하하 웃고 모두 내려놓기를

한치 앞도 캄캄한 이 먼 길의 어딘가에
소중하게 간직해 둔 널 만날 수 있기를

 

이유도 모른 채 시작해 버린 삶

이 머나먼 길 위에서 끝없이 걸어갈 의미가 되어줄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면

함께 할 수 있기를 햇살이 비추기를
소리내어 하하 웃고 모두 내려놓기를

한치 앞도 캄캄한 이 먼 길의 어딘가에
소중하게 간직해 둔 널 만날 수 있기를 노래 할 수 있기를 끝을 알 수 없기를
다시 한번 쓰러져도 손을 뻗어 주기를

소중했던 너와 나
긴 시간이 흘러도 봄날의 무지개처럼 기억될 수 있기를 그럴 수 있기를

 

-페퍼톤스,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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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인간, 서유미 / 창비

근래 들어 읽은 책 중에 가장 표지가 맘에 들었다(내가 좋아하는 색)

인터넷으로 둘러보면서 북카트에 일단 담고봤던 책

 

주인공들이 모두 묘하게 '회사'라던지 '돈'에 얽혀있는 모습을 보면서

감정이입도 되고 또 다른 면에서는 연민도(마치 나는 아닌양 타자화되며)-

상충되는 감정을 느꼈다.

 

내가 고른 한 컷은 책 뒤에 있던 서평

'우리는 왜 소설을 읽는가'에 대한 답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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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 문학동네

 

 

 

일정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일정정도의 단계를 밟아가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고 나는 행복해지겠지

라는 생각으로 버텨온 시간들이 무색하게도

-

 

삶은, 세상은, 언제나 흔들리는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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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미야베 미유키 / 청어람미디어

요즘들어 종종 생각하지만

세상엔 소음도 이야기도 너무나 많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죽은 듯이 자고 싶다.

내가 숨쉬는 소리만 들리는 그런 곳에서

 

 

'매체'가 발달한 현대는, 텔레비전 앞에 30분만 앉아있어도 보통 사람이 평범하게 평생을 살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보다 수십 배나 많은 양의 정보를 그 자리에서 얻을 수 있게 되어버렸다.

여기서 난해한 문제가 하나 생겨난다. '현실' 혹은 '사실'이란 과연 무엇이냐 하는 문제다.

무엇이 '리얼리티'고 무엇이 '버추얼 리얼리티'인가. 양자를 가르는 벽은 무엇일까.

'실제 체험'과 '전해들은 지식'을 '입력된 정보'라는 틀로 바라 본다면 현실과 가상현실 사이에는

차이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정말일까?

- 이유, 미야베 미유키, 청어람 미디어, 154

그래서 어느순간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내가 얻게 된 정보가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가(假)사실인가에 관해서 혼란이 오기 시작한다.

모두 자극적인 소재들을 터뜨리는 데에만 집중할 뿐 아무도 마무리는 지어주지 않으니까-

(사실은 범인이 아니었다던지 또는 다른 원인이 있다던지 하는)

그것이 진실이었는지는 결국 아무도 모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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