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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던' 십센치의 귀환 / 십센치 3집

취업 준비를 하던 때 자괴감과 헛한 마음에 거의 매일 새벽 3~4시에 잠들곤 했었다.

큰 실패없이 무난히 살아오던 스물여러해 동안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오묘한 감정에 쉽게 잠들지 못했다.

 

자기소개보단 소설을 지어내며, 그럼에도 서류에서 탈락하는 시간 동안

나라는 인간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까지 들곤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뭐 그리 심각했나 싶었지만

그 시간 나는, 방문 밖에서.. 쉽게 방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망설이다 돌아서는 부모님의 발소리를 들을 때 숨죽여 울곤했었다.

 

 

그 때에 깊이 사랑했던 십센치, 옥상달빛의 노래는

지금도 향수로 남아서 가끔 우울할 때 듣곤한다.

그럼 참 이상하게도 마음 깊이에서 어쩐지 하루 더 살아보자 하는 마음이 생기곤한다.

 

 

발끝이 시려 이불속에 웅크리고 잠들었던 겨울에 십센치의 '새벽4시'를 듣곤했다.

그리고 이어지던 'Good night' 트랙 쯤에선 겨우 잠들 수 있었다.

이 시기의 나는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을 수십번씩 돌려듣곤 했는데 그 덕에 더 좋아진 사람들이 십센치, 옥상달빛이었다.

 

 

십센치는 이후로 참 유명해졌고 나도 취업을했다.

그리고 잊고지내던 어느 날 듣게 된 2집은 실망스러웠다.

정말 괜찮은 ep를 내놓고 정식 1집까지도 괜찮았는데 2집은 이상하게 허세가 느껴지고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을 들었던 이들이면 알겠지만) 노는오빠 컨셉이 그닥 어울리지 않는 소년소년 한 사람들이 애써 섹시하려는 모습이랄까.

 

 

 

 


그런데 3집!

다시 내가 사랑하던 십센치가 돌아왔다.

아메리카노 같은 곡은 '소 뒷발로 쥐잡은 듯이 얻어걸린거라 더는 못만'든다고 고백하고

'주워들은 이야기도 바닥났'음을 털어놓으며 '좋은 차도 타고싶고 좋은 옷도 입고 싶'은 귀여운 욕심을 드러낸다.

그들이 원하는 '노력없이 부자되'는 일이 힘을 빼고 지금같은 음악을 하면 가능할 것도 같다.

장난스러움과 시니컬한 농담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십센치가 오래도록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나도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일을 하고,

어른다운 어른으로 나이들고싶다. 길게길게 행복하고싶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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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금물! / 언니네 이발관, 인생은 금물

 

 

 

 

이상하게(당연한건지도 모르지만)

수험생이던 시절에 듣던 음악은 긴 시간이 흘러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흥얼흥얼 대강의 가사까지 읊어댈 수 있다.

음악 듣는 것 이외에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인건지.

 

 

그 때 들었던 음악이, 갑자기 책을 읽는데 툭하고 떠오른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책과 노래가 말하듯, 우리 모두의 삶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우리는 "결국 말을 듣지 않고 어느 누군가를 향해서 별이 되어 주러 떠나" 이 곳에 살고있다.

 

 

 

 

바보같은 선택을 해버린 과거의 나에게 화를 내야할지 웃어야할지는 결국 인생의 끝자락에서야 알 수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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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표절의 씁쓸함

http://www.huffingtonpost.kr/eungjun-lee/story_b_7583798.html

 

아침부터 신경숙 작가의 표절의혹으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신경숙 작가의 소설을 좋아했던 것은 그녀의 소설을 읽을때면 어릴 적 할아버지댁에서의 추억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딸기가 아닌 산딸기, 체리가 아닌 앵두.

할아버지는 소에게 먹일 꼴을 베러 가시면 나를 위한 산딸기나 앵두 한주먹을 가지고 돌아오셨다.

저 멀리서 경운기 소리가 들려오면 그때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할아버지가 "우리 보래미 어딨나" 하시길 기다렸다가 고개를 내밀면

말없이 내 손에 쥐어주시던 빨간열매들.

경운기를 운전하고 온 할아버지 손냄새, 열매를 싸기 위해 사용했던 면포의 세탁비누냄새 같은 것들이 뒤섞여있었고

할아버지의 체온을 쥐고있는 그 열매가 난 참 좋았다.

그리고 그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신경숙 작가의 소설이 참 좋았다.

 

 

내 경험과 삶의 깊이가 일천하여 작가를 비난하는 것은 하지 못하겠다.

다만, 내 친구 B가 말하듯 '예술가의 표절은 그의 작품을 보고 읽고 들으며 감흥에 젖었던 감상자의 마음에도, 기억에도 흠을 낸다'는 말에 깊이 공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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