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출간 30주년 기념강독회 『침묵과 사랑』출판기념회
01.
공장에서 힘들게 일하시는 아빠와 엄마를 보며 '한심하다'고 생각하던 중학교 시절
세상에서 가장 부끄러운 사람이 부모였고, 그런 부모를 부정하고 싶기만 하던 나였다.
' 좀 더 도시에서 태어났더라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좀 더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었다면,
엄마아빠 또래의 성공한 사람들처럼 편하게 살수도 있었을텐데 .. 충분히 그럴수도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을 한 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보고 나서였다.
사회구조가 그러했었다. 아니 사회구조가 아직도 그러하다.
난장이의 자식은 '난장이의 자식'으로 살수밖에 없게하는 환경.
02.
영호와 영희는 책 속에만 있지 않다.
지금은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곁에 또 존재한다.
03.
우리는 평온하다.
우리세대에겐 피의 역사가 부재한다.
04.
조세희 선생님은 약을 드셨다. 많이도 힘겨워보이셨다. 그렇지만 말씀하셨다.
나이들어 주책이라 하시며 멋쩍어하셨지만 그 눈은 분명히 우리에게 무언가를 전해주려 하셨으며, 그 말 속에는 후대를 향한 강한 애정이 담겨있었다.
훗날에는
선생님께서 집회현장을 찾아다니시며 직접 찍으신 그 사진들을 '이 사회의 아직도 많은 영호와 영희'에게 주는 책에 싣고 싶다고 하셨다.
05.
" 선생님께서는 왜 이 소설을 쓰셨나요? "
" 쓸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가 써주길 기다렸지만(웃음) 누구도 쓰지 않았기에.
내가 쓰지 않으면 누가 기억하고 기록하나 해서 .. "
06.
시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손가락질 말라고 그들은 그럴 수 밖에 없기에 나온 것이라고
우리에게 집회장소란 아직도 부재할 뿐이기에 다들 쏟아져나오는 것이라고 ..
우리 세대를 믿고 있으며,
결코 냉소주의에 빠지지 말라고 당부에 당부를 하시던 조세희 선생님의 말씀과 그 표정이 ... 잊혀지질 않는다.
사람이 말을 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그러나 그 말을 지키고 행동으로 옮기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자신의 평생을 이 세상의 많은 '난장이'들을 위해 글을쓰고, 행동하신 조세희 선생님이 오래도록 존경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또한 후대를 향한 애정의 당부와 믿음까지도 ..
그래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오는 그 길이 결코 가볍진 않았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
언젠가 조세희 선생님을 뵈면 말씀드리고 싶었다.
영원히 화해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저의 부모님께 머리숙여 죄송하다고 .. 그 분들을 한심하게 여긴 제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닫게 해주신 건
그건 선생님의 책이었다고 .. 선생님의 말씀이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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