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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 은행나무

정유정 작가는 생과 죽음의 현장, 좀 더 세밀히 말하자면

누군가가 죽어가는 그 현장을 몇번이나 자세히 들여다보고 되감기로 감아본듯이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책에서 그 면모는 더욱 강력히 드러나는데,

'유진'이가 정말로 악인인지, 섣부른 정의에 의한 피해자인지 의심을 품고 있던 독자들에게

작가는 죽음의 현장에 대한 세밀하고도 밀도 높은 묘사로 명확히 그의 정체성을 설명한다.



그럼에도 의심이 남는 것은

'문제의 핵에 도달하기까지 파헤치지 않으면 무엇이 진실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삶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진리,

또 하나의 피해자로 남은 H를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을 덮은 후에도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정말 진실인지 여전히 계속 의심이 된다.

먼 옛날 보았던 영화 <다우트>를 보고 고민했던 그 때처럼.

I have such dou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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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 은행나무

나는 '비밀'을 알고자 먼저 움직이는 자는 아니다.

어떤 사실에 근접하기 위해서 눈알을 굴리는 일은 어쩐지 천하다 여기는 성격이기도 하고,

내가 먼저 알아낸 그 '사실'이 '진실'인지 알지 못한채 내 눈에 색안경이 씌여지는 것을 못참기 때문이다.

누군가 먼저 그 사실을 알아내 옆구리를 찌르듯 그 일을 말해주면

최대한 무신경해보이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상대가 원하는 반응을 보여준다. 대체로 그것은 호들갑일 때가 많다.

그 일이 행복한 성격을 갖는다면 진심에서 우러나는 호기심이 발동되어 달뜨기도 하지만

대체로 비밀이란 것은 그 자체로 어둠의 성격을 갖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학교를 다닐때도, 회사를 다닐때도

"비밀인데" 네 글자 뒤에 이어지는 일은 대부분 가까운 이가 아니고서야 내뱉어선 안되는

타인의 상처이거나 트라우마같은 것들이었는데

늘 그런 말들은 본인보다도 타인의 입에서 먼저 흘러나왔다.



그래서 정작 본인이 우리의 돈독한 사이를 확인하려는 듯 비밀인데 하고 내뱉는 말은

화제성이 떨어진 연예기사만큼이나 김이 빠진 일인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는 진심을 다해 연기를 해주어야 한다. 비밀을 고백한 이가 두번 상처받지 않도록.



요추골절이라는 진단을 받고 4주간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찾아보거나 책을 읽는 3가지로 좁혀졌다.

이 책은 꽤 오랜시간 내 인터넷서점 계정의 장바구니에 들어있던 책이었다.

어쩐지 이 책을 넣어놓고 주문하기가 꺼려졌다.

언젠가 이 소설의 추천사 중에서 '진실에 가까워지는 여정' 글을 봤기 때문인지.




이 소설은 근래에 읽은 소설 중에서 흡입력이 가장 높았고

이야기들을 잘 엮어 끝까지 읽게하는 힘이 있었다.

글에 의해 심장이 뛰다가 힘이 빠졌다가 하는 시간이 흘러갔고 오랜만에 하루만에 다 읽은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사실'과 '진실'의 차이는 사건의 전말을 전지적 시점에서 들여다보지 않는 한 알 수 없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전지전능하지 않은 우리 모두는 쉽사리 '사실'을 '진실'인냥 읊어대고, 믿는(척하는)것은 아닌지.

이 소설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헛된 욕망, 한없는 아비의 사랑 같은 것들. 그 이외의 것이라고 한다면

확신이 없다면 내 왼손으로 틀어쥘 것은 '내 입' 뿐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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