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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죄송하다는 말을 자주하는가?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나의 사수이셨던 차장님께서는 "**씨는 죄송하다는 말을 많이하네요"란 얘기를 하셨다.

죄송하지 않은 일에 죄송하다고 말을 하기 시작하면, 상대방은 어느샌가 그걸 당연한 듯 여기게 되고,

내가 여자라는 이유로 그런 태도가 더욱 나 스스로를 아래로 깔고 가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혹여 오해가 있을까 밝혀두자면 이 말씀을 해주신 차장님께선 남자분이심)

 

 

입사 초기에 회사 책장에 꽂혀있던 책 중에 같은 맥락의 글이 있었기에 공유해보고자 한다.

(전미옥, 『여자의 언어로 세일즈하라』, 브레인미디어)

여성들은 평소에도 자신이 너무 직선적이거나 독선적, 혹은 이기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한다. 그래서 적당히 한 발 빼며 빠져나갈 여지를 만드는 말을 자기도 모르게 사용하곤 한다. 무의미한 감탄사를 연발한다든지, 애매한 수식어를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특히 자기 생각을 말하면서도 남의 생각을 얘기하듯 "..... 인 것 같아요"라는 말은 여성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대표적인 단골 화법이다.


분명하고 확실한 용어나 표현으로 말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독선적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애매한 수식어를 버리고 정확한 표현으로 말하는 것이 더 유능하고 신뢰감 있어 보인다. 그래서 비즈니스 언어를 습득하는 것은 세일즈우먼에게는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지나치게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말을 한다거나, 칭찬을 받는 것에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것 외에 말꼬리를 흐리고 대답을 잘 안 한다거나, 한번 생각해보지도 않고 바로 대답하는 것도 성숙하지 못한 대화 습관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정말이지 많이 '찔렸다'

내가 정말 자주 사용하는 말이 '~한 것 같아요' 혹은 '죄송합니다'인데, 이 언어는 사실은 습관적인 것인데

그 근저에는 겸손해보이고 싶은 마음, '나대는 것'처럼 보이지 않은 마음이 컸던 탓이다.

 

 

오늘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나는 '낙지돌솥밥'을 시켰는데, '바지락돌솥밥'이 나왔다.

당황한 나는 "저... 낙지돌솥밥 시켰는데...."라고 작게 이야기했고 주인 아저씨는 "바지락돌솥밥 시키셨어요"라고 단호히 얘기하셨다.

그러다가 바꿔주겠다고 음식을 다시 주방으로 가져가는 아저씨 뒤통수에 내가 한 말은 또 "죄송합니다"였다.

사실, 난 내가 낙지돌솥밥을 얘기했을 거라고 90%정도 믿고 있는데 혹시 모를 10%를 대비해서 죄송합니다를 얘기한 것인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감사합니다"가 산뜻하고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당황한 순간이면 튀어나오는 습관의 언어란...

좀 더 당황스러운 장면은 뒤에 이어지는데 바지락돌솥밥 1개를 시킨 아주머니께 낙지돌솥밥이 2개 나온 순간이었다.

10cm정도 간격으로 가까이 앉아있었기에 나도 정확히 들었는데 이 때도 역시 주인 아저씨는 당당한 기색이셨다.

"2개 시키셨잖아요"라며 강하게 응수하자 "제가... 그랬나요..?"하며 아주머니 목소리도 작아지셨고,

내가 "아까 바지락돌솥밥 1개 시키셨어요"라고 하자, 그제서야 아저씨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없이 음식을 주방에 가져갔다.

그런데 이 때 또 아주머니가 내뱉은 말은 "죄송합니다"였다.

하... 왜 이리도 우린 이 말이 입에 붙은 걸까?

 

 

정말 죄송한 일에 죄송하다 말하고 그 외에는 산뜻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과연 가능할런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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