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친구 하나 / 9(9와 숫자들), 문학 소년
항상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하는 학생.
긍정적 사고로 미래를 계획하는 학생.
도합 12년간의 초중고생활동안
내 생활기록부에 남은 기록은 대략 위와 같은 내용이다.
선생님께 예쁨받고 싶고 친구들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열심히 살았지만,
마음 한켠에는 늘 무거운 비구름이 고여있었다.
지금도 생각나는 체육시간의 풍경은
중학교 시절 약간 더운 계절에 눈이 부실듯한 볕이 있던 흙바닥 운동장.
그 때 나는 시건방지게도 이런 생각을 했었다.
'산다는건 별게 아닐지도 몰라'
그때의 나는 많이 외로웠다.
날이 따뜻해도 늘 맘은 시리던 시절이었기에.
얼마전 친구가 페이스북에 C가 보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내 기억 속 체육시간 풍경에도 그 친구가 있었다.
친한 친구들 앞에서만 씨니컬해지던 내가 내뱉는 말들을 진중하게 들어주던 그 친구.
항상 책을 많이 읽었고, 내가 읽는 책들에도 관심을 보여줬던 친구.
그 친구는, 어서 돈을 버는 어른이 되고싶다던 나에게
어른의 삶은 많이 고단할 것 같다고, 너무 일찍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고 내 걱정을 해줬었다.
수능이 끝난 후 함께 얼굴을 보던 날
친구 하나하나에게 줄 편지를 써왔던 그 친구, "참 너 답구나" 했었다.
기억속에 함께인, C가 나도 무척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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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시간 다가올 때마다
이상하게도 난 머리가 아파서
운동장 한구석 모래 구름 속
올 것 같지 않던 미래를 바라봤어
수학시간 수많은 공식들
꼼꼼히 내 삶을 대입해보아도
원하는 값은 구할 수 없고
복잡한 계산은 나와 맞지 않았어
선생님 말씀 공감하지만
내 안의 의심을 잠재울 수는 없었고
친구들 얘기 함께 웃어도
고작에 그런 게 유일한 기쁨일 리는 없어
세상이 궁금해서 들춰본 책장 속엔
기대치 못한 슬픔과 고독만이 가득했었고
내일이 궁금해서 내딛은 한 걸음이
너무 길고 고단한 여행이 됐네
산더미처럼 쌓여만 가던
숙제는 여전히 제일 밑 서랍 속에 있어
버리지 못한 편지 다발도
비좁은 침대 틈 깊숙히 숨겨뒀어
사랑이 궁금해서 불러본 노래 속엔
원치 않았던 이별과 상처만이 가득했었고
네 맘이 궁금해서 건네 본 한마디로
몇 해를 난 후회로 보내야 했네
언제나 혼자였던 내 곁에 다가와
넌 무슨 책을 좋아해 하고 물었지
대답하진 못했지만 우린 알고 있었어
그것은 대단히 거창한 푸념일 뿐이란 걸
세상이 궁금해서 들춰본 책장 속엔
기대치 못한 슬픔과 고독만이 가득했었고
네 맘이 궁금해서 건네 본 한 마디로
몇 해를 난 후회로 보내야 했네
너무 길고 고단한 여행이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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