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어요 / 브로콜리너마저, 할머니
브로콜리너마저 - 할머니
2집
마흔네 살 되던 해에 우리 어머닐 낳으신 나의 할머니는
갓난 엄마를 안고 '아이고 야야 내가 니가 시집가는거나 보고 가겠나' 하셨다는데
어제는 내 두 손을 잡으시면서 '이제는 니가 이래 많이 컸는데, 내가 언제까지 살라 카는지' 하시네요
내 잡은 손을 놓지도 못하면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잊혀지나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없던 일이 되나요
수많은 세월이 더 많은 시간으로 덮여도
변하지 않는 것들, 잊혀지지 않는다는 건
'가만히 있으면은 시간이 참 안가, 이제는 내가 뭐 잘 할 것도 없고.
이제 니를 몇번이나 더 보겠노' 하시네요
난 다시 일을 하러 가야 하는데
인생의 바쁜 시간이 지난 뒤에 남은 기억은 더 선명해진다는데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히 차를 타고 시골에 가던 날
엄마는 앞자리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었고
나는 뒷자리에서 유난히 하얗던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도 조용해서 그대로 땅 밑으로 고꾸라질 것 같았기에
이어폰을 귀에 꽂고 랜덤플레이를 눌렀다.
그러자 흘러나오던 이 곡
결국엔 나도 눈물이 터지고야 말았었다.
마흔살에 우리 엄마를 낳으신 나의 외할머니
막내인 우리 엄마의 막내가 수능시험을 본 날
돌아가신,
나의 할머니.
유난히 할머니가 더 보고싶어지는 오늘이다.
할머니 형문이가 다음주면 군대를 가요
쪼꼬맣던 애기가 할머니가 '조심! 아 깨지것다' 하고 걱정하셨던 그 애기가요.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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